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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요가, 운동, 그리고 바디워크 수련법들이 신체의 정열을 강조한다. 나는 바른 자세와 올바른 자세와 올바른 신체 정렬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에는 오류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정렬이란 말은 ‘정적인 이미지나’ 완벽한 모양’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 소마지성을 깨워라 (저자:리사 카파로)

대부분 운동을 배울 때 자세를 보고 따라한다. 정적인 이미지에 역동적인 움직임을 끼워맞추는 셈이다. 정지된 것처럼 보이는 자세 역시 역동적인 움직임이다. 시각적으로 따라만해서는 운동법을 제대로 배울 수 없다. 신체 연결성을 스스로 알아채는 인지 과정이 포함돼야 한다. 시각(이미지), 청각(텍스트) 같은 외재적 감각을 통한 인지가 아닌 고유수용감각을 활요하는 내재적 인지를 말한다. 시각과 청각과 같은 외부 수용 감각은 움직임에 있어서 힌트만을 줄 뿐이다.

의도에 따라 움직임 패턴이 발생한다. 걷고, 뛰고, 던지고, 미는 등의 의도를 수행할 때 우리 몸은 그 의도에 맞춰 패턴을 형성한다. 이는 데드리프트, 스쿼트, 프레스, 스윙, 스내치 등의 운동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의도를 명확히하는 일은 올바른 운동의 근간이다. 하지만 대부분 의도보다는 신체적 효과에 몰두한다. 이는 의도가 아닌 의미에 매몰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근력강화, 유연성, 체중감량, 체형교정 등이 있다. 의미 부여는 동기를 유발하지만 지나치면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방해한다. 특정 신체적 목적은 달성할 수 있지만, 몸은 그만큼 기계적 관점에서 다뤄진다.

우리 몸은 기계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정교하다. 최신 기계 공학으로도 몸과 움직임을 100% 구현할 수 없다. 우리 몸은 중력장 위에서 장력 간의 동적 균형 상태를 가진다. 몸 신체 각 부위가 서로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고, 아주 작은 변화가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다행히 그 작은 변화를 알아차리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 복잡정교한 몸을 잘 움직일 수 있다. 그 능력은 고유수용감각(내재감각)이다. 고유수용감각은 중력과 장력의 아무 작은 변화까지도 알아차린다. 지금 어디에 체중이 더 실려있고, 덜 실려 있는가? 

결국 운동법을 체화하는 과정은 과학이 아닌 기술이다. 과학이란 하나의 철학 및 지식 체계이지 기술보다 우위에 있지 않다. 이 기술은 매우 총체적이라 운동 역학, 해부학, 생리학에 기반하여 데이터를 축적했더라도 완전히 파악될 수 없다. 체화는 삶에서 발현될 때 완성된다. 기술이 삶 속으로 녹아들어 한없이 단순해지고 심지어 그 의미조차 사라진다. 우리는 젓가락질에 어떠한 의미도 부여하지 않지만 그 움직임은 삶 속에 체화됐다.

과학이란, 인간의 지식을 특징지우는 어떠한 측면이다. 과학이란 본시 기술과는 무관한 인간의 사변이성(Speculative Reason)의 산물인 것이다. 과학의 특징은 인간이 살고 있는 셰계를 법칙적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이때, ‘법칙적’이라는 것은 대강 희랍인들에 의하여 ‘연역적’인 것으로 이해되었는데, 이 연역적인 인간의 사유의 방법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수학’이라는 것이다. 더 이상 깊게 이야기는 하지 않겠는데, 이 과학이라는 것은 기술의 전제 위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다. 과학은 인간의 사변이 고도화되면서 생겨난 하나의 철학 체계요, 지식 체계와도 같은 것이다. 다시 말해서 원시인들이 토기를 굽는 것은 ‘기술’이다. 그러나 그들이 토기를 구울 때 과학적이라는 연역적 전제를 꼭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흙과 불에 대한 과학적 일반 이론을 전혀 몰랐을지라도, 놀랍게 훌륭한 토기를 구워내었다는 것이다. – 노자와 21세기, 김용옥

p.s
몸은 아주 섬세한 악기와 같다. 좋지 않은 운동법은 목표 달성을 어렵게 하고 부상을 유발한다. 반대로 연주법을 익히듯 운동법을 정교하게 체화해간다면, 즉 양보다는 질에 중점을 두면 기술이 향상되는 과정에서 몸도 따라 변한다. 체조 선수들은 일명 몸짱이 되기 위해 운동하지 않았다. 기술을 체화해가는 과정을 밟았을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 근력 강화, 근육량 증가 등의 양적 목표에 치중하는 이유는 동기 부여가 용이하고 결과에 대한 피드백을 얻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먼저 질적 접근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양적 결과물들은 모래성처럼 한순간에 무너져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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