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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적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자들은 역사적으로 따지려 든다. 이런 경우 신화의 허구적 테두리가 공격을 받게 된다. 역사에 대한 통찰력은 분명 진실이 아닌 것을 가려내는데에 탁월하다. 하지만 그렇다하여 진실을 발견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을 발견할 수는 있겠지만.

거짓은 거짓이다는 것은 참이다. 하지만 그건 사실일 뿐이다. 그게 진실인 것처럼 착각하는 자가 있다. 진실이 아닌 것을 아니라고 한다고 진실을 발견한 것은 아니다. 진실은 무엇이 진실이라고 말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그 무엇도 결국 그 무엇일 뿐이니 진실은 그 자체로 존재하지 않는다.

바둑은 바둑이다. 바둑에서 이기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바둑의 본질은 아니다. 바둑입장에서는 누가 이기는지 관심이 없다. 이겨도 바둑이고 져도 바둑이다. 인생은 인생이다. 인생에서 성공하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인생의 본질은 아니다. 인생 입장에서는 성공하든 실패하든 관심이 없다.

인생은 인생이고 바둑은 바둑이라는 것이 진실이라면 진실 그 자체로는 의미가 없다. 진실은 그래서 이게 진실이다라는 형태로 드러나지 않는다. 진실은 오직 비유와 은유 그리고 상징적으로 표현됨으로  신화적 형태로 존재한다. 그리고 신화는 여러 형식을 빌려오는데 특히 대담의 형식이 많은 것 같다.

모든 언어는 신화적 속성과 역사적 속성을 지니고 있다. 음양이라는 말의 신화적 속성을 드러내는 말로는 모든 것은 음양으로 이루어져 있다.가 있을 것이다. 그걸 음양의 역사적/과학적 속성을 아는 자가 공격할 수는 있을 것이다. 넌 음양이 뭔지도 모르면서 음양이라고 하는구나? 하면서. 그 것에 대해 더 많이 역사적 과학적으로 아는 자가 그것의 진실에 닿아있다는 믿음은 어디서 출발하는가.

물론 거짓을 가려내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그 테두리안의 숨겨져있는 진실을 탐구해내는 과정도 반드시 필요하다. 음양에 대해 말하는 자안의 신화성을 이해하는 과정없이 자기 신화도 아니고 그저 알고 있는 역사로 보면 거짓밖에 볼 수 없다. 역사적 과학적으로 구라를 가려내는게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종교얘기로 넘어가면, 우리 주변의 종교의 비극은 신화를 너무 역사화시킨다는 것이고 이는 결국 정치화와 연결된다. 성경 속 예수의 일생은 분명 신화적이다. 그 신화 안에 진실이 숨겨있다. 이를 역사적 관점에서 맹신하거나,(역사적으로 진짜 있었음을 강조한다) 그리고 그런 관점에서만 따지려든다면,(역사적/과학적으로 말이 안된다고) 결코 진실을 알 수 없다. 거짓을 가려내는데는 탁월하겠지만 진실 그 자체를 탐구하지는 못한다.  그렇다하여 쓸데없다는 소리는 아니다. 균형을 이뤄야한다는 것이다.

내가 지금 쓰는 글도  많은 하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내가 쓰는 용어는 공부가 부족해 나만의 용어일 뿐이기 때문에 와닿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사실 글이란 수단보다는 대화라는 수단이 더 좋다. 태도, 말투같은 것이 함축적인 의미를 갖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자들은 글로도 가능하다. 노래, 춤, 그림, 무술로도 잘 표현해낸다. 오랜 경력의 요리사에게는 요리로 그게 표현되고 버스기사 중에는 그게 운전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하지만 누구나 손쉽게 다른 사람과 통할 수 있는 방법은 대화다. 그리고 대화보다 더 본질적인 것은 침묵. 내면의 대화다. 대화 속에 용어는 희석되어야 한다. 궁극적인 것에 이르면 용어는 희석된다.

현대인의 비극은 점점 대화다운 대화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역사적 속성만 갖고 대화를 하니  남는 것은 뒷다마 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게 본질적인것은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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